제2 요소수 사태?…中, 이번엔 갈륨 수출 통제

입력 2023-07-30 18:22   수정 2023-07-31 00:58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중국이 다음달부터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통제 조치를 시작한다. 미국의 대중국 첨단 기술 수출통제에 ‘맞불’을 놓는 성격이다.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에 쓰이는 핵심 광물 다수를 장악한 중국이 본격적인 수출통제에 나서는 것은 한국에 큰 부담이다. 수입처 다변화 등 선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중국산 광물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에 충격이 불가피해서다.

희토류, 흑연으로 확대가 관건
중국이 다음달 1일부터 반도체 소재에 활용되는 금속인 갈륨 게르마늄의 수출허가제를 본격 시행하기로 하면서 미·중 자원전쟁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의 갈륨과 게르마늄 세계시장 점유율은 각각 94%와 83%다. 갈륨은 차세대 전력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마이크로LED(발광다이오드) 등 디스플레이 제조에 쓰인다. 게르마늄은 반도체 공정용 가스 소재로 활용된다.

중국의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제한 조치가 당장 한국에 주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다. 차세대 반도체에 쓰이는 갈륨은 국내에서 연구 단계에서만 사용되는 등 아직 용처가 많지 않아서다. 게르마늄 또한 사용량이 적고, 다른 나라에서도 수입할 수 있다. 외교부 관계자가 “중국의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통제는 10년 뒤에나 문제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이유다.

문제는 세계 광물 시장을 장악한 중국이 전선을 확대하는 경우다. 세계 광물 공급을 틀어쥔 중국이 수출통제 광물을 계속 추가할 수 있어서다. 유럽연합(EU)의 핵심 원자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핵심 원자재 51종 가운데 중국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광물은 33종에 달한다. 테르븀 디스프로슘 에르븀 루테튬 등 10종은 중국이 100% 장악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와 흑연의 수출통제에 나서면 한국엔 치명적이다.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물질이다.
광물자원 투자 나서야
중국이 광물 수출통제를 본격화하면 요소수처럼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 한국에 큰 부담이다. 국내 물류가 마비되는 요소수 대란을 겪으면서 수입처 다변화를 시도한 요소의 중국산 의존도가 2021년 71.2%에서 올 상반기 89.3%로 되레 높아진 것은 탈중국 공급망 다변화가 녹록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올 5월 말 기준 희토류, 갈륨 등 13종의 희귀금속 비축량은 기존 정부 비축 목표(100일분)에 한참 못 미치는 42.1일분에 불과하다.

중국이 디커플링(탈동조화)을 가시화하는 포괄적 수출통제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세계 경제에 파멸적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미국 등 서방이 대대적인 경제 제재에 나서면 중국 경제도 회복 불능의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이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언급하는 것도 양측이 ‘판을 깨지는 말자’는 느슨한 합의를 이뤄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 카드를 꺼내 들지는 못할 것”이라며 “미·중 갈등 진행 상황을 잘 챙기면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자원전쟁에 돌입하지 않더라도 중국이 배터리, 전기차, 차세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한국 핵심 산업의 목줄을 쥐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정부 차원의 공급망 다변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미·중 패권 갈등 변화에 따라서 국내 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불확실성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미국은 2026년까지 약 9조1000억원의 예산을 광물자원 확보에 투입할 방침이다. EU도 2조8000억원 규모의 원자재기금을 조성했다. 한국의 희귀금속 비축예산은 올해 372억원에 불과하다. 작년보다 24% 삭감됐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공급망 다변화에 실패하면 자원 부국에 끊임없이 휘둘릴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국가 차원의 전폭적 투자 및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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